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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요괴] 늙은 할머니로 둔갑하는 요호, 여우로 둔갑하는 요괴 노구화호(老嫗化狐)

by 크리스탈칼리네이 2025. 3. 30.

노구화호(老嫗化狐)에 대한 연구

1. 노구화호의 개념과 명칭의 유래

노구화호(老嫗化狐)는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백제의 요괴로, ‘늙은 할머니로 둔갑하는 여우’ 혹은 ‘여우로 변신하는 노파’를 가리킵니다. ‘노구(老嫗)’는 한자로 ‘늙은 여인’을 뜻하며, ‘화호(化狐)’는 ‘여우로 변신하다’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즉, 본래의 모습이 노파인지, 여우인지 불분명하나, 변신 능력을 지닌 요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변신 여우 전설은 동아시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됩니다. 일본의 구미호(九尾狐), 중국의 호선(狐仙)과도 연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삼국사기에서 기록된 노구화호는 단순한 요괴가 아니라, 당시 백제의 사회적 불안과도 관련이 있는 상징적 존재로 볼 수 있습니다.

2. 삼국사기에 나타난 노구화호

《삼국사기》 백제본기 동성왕 23년(501년) 기록에 따르면, 왕도(王都)에서 노파가 여우로 변하여 사라졌다고 전해집니다.

二十三年 春正月 王都老嫗 化狐而去 (23년(서기 501) 봄 정월, 왕도에서 노파가 여우로 변하여 사라졌다.)

이는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당시 백제 사회에 만연했던 두려움과 불안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신비한 존재가 변신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은 민간 신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으며, 특히 왕도의 중심부에서 이러한 요괴가 목격되었다는 점은 국가적 불안 요소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3. 노구화호의 설화 및 사례

노구화호와 관련된 다양한 설화는 변신, 속임수, 그리고 인간과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소금장수와 불여우

노구화호와 관련된 대표적인 설화로 ‘소금장수와 불여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소금장수가 길을 가다가 우연히 할머니가 여우로 변신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는 이를 수상히 여겨 몰래 그 뒤를 따라갔고, 여우가 어느 집에 들어가 무당으로 변장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여우는 요술을 부려 집안의 딸을 병들게 하였고, 이를 치유해주겠다고 속이며 돈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소금장수가 이를 간파하고 여우를 작대기로 때려 죽였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노구화호는 단순한 변신 요괴가 아니라, 인간을 속이고 재물을 빼앗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속임수와 변신 능력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여우 요괴 전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특징입니다.

2) 마귀가 된 선비 집 할머니

다른 이야기에서는 여우가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노파의 변신과 신비한 능력이 강조됩니다. 어느 집에 신비로운 노파가 식모로 들어오는데, 그녀는 사람 몇 명 몫의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게 여겼으나, 시간이 지나며 대우가 나빠지자 그녀는 결국 본색을 드러내며 집안을 망하게 합니다.

이 설화에서는 단순한 변신보다, 신비로운 힘을 지닌 존재가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다 결국 본모습을 드러내는 서사가 강조됩니다. 이는 조선 시대 이후에도 다양한 전설로 변형되며 전해져 내려옵니다.

3) 공동묘지의 여우할멈

이야기에 따라서는 노구화호가 어린아이들을 괴롭히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공동묘지의 여우할멈’은 무덤가에서 밤마다 여우에서 노파로 변신하여 여성과 아이들을 잡아가 희롱하고, 시체를 파먹는다는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이 설화에서는 전염병과 연결된 암시가 등장하는데, 특히 장티푸스와 같은 아이들의 돌림병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며 여우할멈의 존재와 연관된다고 합니다. 이는 전염병이 퍼지던 시기, 알 수 없는 원인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이를 요괴와 연결하여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4. 노구화호의 기원과 의미

노구화호의 전승을 통해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여우 요괴가 어떻게 발전하고 변형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노구화호가 등장한 백제 시기, 변신하는 존재들은 종종 불길한 징조나 사회적 혼란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구화호가 탄생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추정할 수 있습니다.

  1. 민속신앙과 변신 여우의 전승: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여우가 변신하여 인간을 홀린다는 전승이 있습니다. 이는 오래된 여우가 영험한 능력을 갖춘다고 믿는 사상에서 기인합니다.
  2. 사회적 불안과 상징성: 백제 후기, 왕권 강화와 정치적 혼란 속에서 노구화호와 같은 변신 요괴의 이야기가 등장했다는 점은 당시 사회의 불안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후대에도 계속 변형되며 귀신 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3. 전염병 및 자연재해와의 연관성: 여우할멈 이야기가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과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불행이나 질병이 요괴 이야기와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5. 결론

노구화호는 단순한 변신 여우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백제 사회의 불안과 민속 신앙이 결합된 요괴입니다. 여우로 변하는 노파의 모습은 속임수와 두려움의 상징이며, 사회적 불안 요소를 반영하는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노구화호 설화는 이후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었으며, 한국의 여우 요괴 전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전통 사회에서 여우가 어떻게 신비롭고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는지 알 수 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공포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남아 있습니다.

 


노구화호(老嫗化狐)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요괴의 고유한 이름이라기보다는, 한자 뜻 그대로 ‘노파가 여우로 변했다’는 묘사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즉, ‘노구화호’라는 표현 자체가 특정한 개체나 정식 명칭이라기보다, 단순히 변신한 상태를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1. 삼국사기의 기록 방식

《삼국사기》 백제본기 동성왕 23년(501년)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합니다.

二十三年 春正月 王都老嫗 化狐而去
(23년(501년) 봄 정월, 왕도에서 노파가 여우로 변하여 사라졌다.)

이 기록을 보면 ‘老嫗化狐’는 단순히 ‘노파가 여우로 변했다’는 뜻이지, 특정한 요괴의 이름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된 것이 아닙니다. 만약 특정 요괴의 이름이었다면 ‘化狐’(여우로 변하다) 같은 동작을 포함한 표현 대신, 고유명사 형태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2. 왜 ‘노구화호’라는 명칭이 정착되었나?

이후 기록이나 민속 연구에서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이 변신 사건을 설명하면서 ‘노구화호’라는 표현이 특정한 요괴처럼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는 후대에 변신 여우와 관련된 유사한 설화가 많아졌고, 이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국의 여우 요괴 전승 속에서 노파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보니, 이 표현이 특정 요괴처럼 인식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본래 이름이 따로 있었을까?

삼국사기에 등장한 이 존재가 특정한 이름을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백제에서 전해지던 민간 전승 속에는 이 요괴의 별칭이 존재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헌으로 전해지는 기록이 없기에 우리는 ‘노구화호’라는 단어를 편의상 사용하고 있을 뿐, 이것이 본래 명칭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4. 다른 여우 요괴와의 관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여우가 변신하여 인간을 속인다’는 개념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호선(狐仙)이나 구미호(九尾狐), 일본에서는 야코(野狐)나 구미호(九尾の狐)가 이에 해당합니다. 한국에서도 서구할미나 공동묘지 여우할멈 같은 변신 여우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노구화호’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재해석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

‘노구화호’라는 명칭은 삼국사기 원문을 해석하면서 생겨난 후대의 표현이며, 본래 요괴의 고유한 이름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변신하는 노파 여우라는 개념이 워낙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현대적으로는 하나의 요괴명처럼 쓰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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