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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요괴] 지혜로운 스님의 모습으로 머리를 길렀으며 또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여우요괴 노호정(老狐精)

by 크리스탈칼리네이 2025. 4. 2.

 

노호정 (老狐精)

1. 개요

노호정(老狐精)은 한국의 전설 속 여우 요괴로, 인간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인간의 형상을 한 존재다. 특히, 승려의 모습과 유사하지만 머리를 기른 것이 특징이다. 그는 지혜롭고, 특히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늙은 여우의 정령이 형성된 존재로, 누런 개나 흰 매를 보면 두려워하며 도망친다.

2. 전승

노호정에 대한 이야기는 『용재총화』와 『고려사절요』에 기록되어 있다. 이는 고려 시대의 승려 신돈(辛旽)과 관련된 전설로도 전해진다.

2.1 『용재총화』에 기록된 이야기

신돈이 국정을 잡기 전, 기현(奇顯)의 집에 기거하면서 그의 처와 사통하였다. 기현 부부는 신돈을 마치 늙은 노비처럼 섬겼고, 신돈이 권력을 잡은 후 백성들의 생사여탈권을 손에 쥐게 되었다.

신돈은 아름다운 여인을 탐하기 위해, 그녀들의 남편이 작은 죄라도 지으면 순군옥(巡軍獄)에 가두었다. 이후 기현 등을 시켜 “부인이 직접 가서 청하면 억울함을 면할 수 있다”고 전하게 하였다. 부인들이 신돈의 집을 찾으면, 대문을 들어설 때부터 말과 수행원을 돌려보내게 했고, 중문을 지나면 하인들까지 내보냈다. 신돈의 집안 사람이 여인을 안으로 인도하면, 신돈은 서재에 홀로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원하는 여인은 며칠 동안 신돈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고, 이후 남편을 풀어주었다. 그러나 이에 불응하는 여인의 남편은 가혹한 형벌을 받거나 귀양을 갔다. 이 때문에 남편이 잡혀갔다는 소식이 들리면, 부녀자들은 단장을 하고 스스로 신돈의 집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신돈은 이러한 생활을 지속하며 자신의 정력을 보충하기 위해, 흰 말의 음경을 잘라 먹거나 지렁이를 회쳐 먹었다. 또한 그는 누런 개나 흰 매를 보면 겁을 먹고 도망쳤기에 사람들은 그를 ‘늙은 여우의 정령’이라 불렀다.

2.2 『고려사절요』에 기록된 이야기

공민왕 20년(1371년) 7월, 신돈이 처형된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신돈은 본래 미천한 승려였으나, 공민왕의 총애를 받아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그는 관직을 주거나 빼앗고, 충성도를 시험하며 조정을 마음대로 휘둘렀다. 이에 대간과 여러 관료들이 신돈을 처형할 것을 왕에게 요청했다.

공민왕은 신돈을 수원(水原)에서 처형하도록 명령했고, 그의 목은 베어 사지를 찢은 뒤 조리돌려 경성 동문(東門)에 매달았다. 처형을 앞둔 신돈은 “아지를 보아 내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걸했다. 아지(阿只)는 당시 어린아이를 높여 부르는 말로, 이는 공민왕의 어린 자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신돈은 생전에 사냥개를 두려워하고, 활을 이용한 사냥을 싫어했으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갔다. 또한, 자신의 정력을 보강하기 위해 오골계와 백마를 죽여 먹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신돈을 단순한 승려가 아니라 ‘늙은 여우의 정령’, 즉 노호정이라 여겼다.

3. 노호정의 특징과 상징성

노호정은 단순한 요괴가 아니라, 인간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형상을 한 존재다. 그러나 특정 동물(누런 개, 흰 매) 앞에서는 본성을 드러내듯, 탐욕과 권력의 앞에서 취약함을 드러낸다. 신돈이 노호정으로 불린 것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그의 탐욕스러운 성품과 음란한 생활이 늙은 여우 요괴와 다를 바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4. 결론

노호정의 전설은 단순한 요괴 이야기가 아니다. 고려 시대 정치의 부패와 탐욕을 상징하는 존재로, 신돈의 행적을 비유하는 데 사용되었다. 인간과 다를 바 없어 보이나 본질적으로는 짐승과 다름없는 탐욕스러운 존재, 그것이 바로 노호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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