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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요괴] 한강 유역에 살면서 몸 색깔은 붉은용이며 경강상인에게 신으로 숭앙받는 경강적룡(京江赤龍)

by 크리스탈칼리네이 2025. 3. 16.

 

 

**京江赤龍(경강적룡)**은 조선 후기의 야담집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등장하는 전설 속 붉은 용입니다.

한강 유역, 특히 **경강(京江, 한강의 서울 지역)**에서 살며, **경강상인(京江商人)**들 사이에서 신으로 숭배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경강상인들은 조선 시대 한강을 중심으로 한 수운(水運)과 상업 활동을 하던 상인들이었으며, 배를 타고 물길을 오가며 물류를 담당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강의 신령적 존재인 경강적룡을 존숭하며 항해의 안전과 번영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전승 내용 분석

  1. 적룡의 출현과 폭풍
    • 1618년 음력 5월, 용산 근처에서 소금 배가 정박해 있을 때 폭우와 강풍이 몰아쳤다는 점은 적룡이 기상을 조종할 수 있는 존재임을 시사합니다.
    • 용은 전통적으로 비와 바람을 다스리는 신령한 존재이며, 조선시대 사람들도 용이 강을 지배한다고 믿었습니다.
  2. 적룡의 거대한 몸집
    • 열 길(약 30m)짜리 배를 가로지를 만큼 크고, 배만 한 몸통을 가졌으며, 길이가 수십 척(약 20~30m)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 꼬리가 민둥하며 넓다는 점은 중국과 일본의 용보다는 한국 전승 속 용에 가까운 형태로 보입니다.
  3. 강물을 뒤흔드는 존재
    • 적룡이 움직이자 강물이 설산처럼 솟아올라 배를 덮쳤고, 결국 소금을 모두 잃게 되었다고 합니다.
    • 이는 용이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상업적 번영과 몰락에도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 소금은 당시 귀한 무역품이었기 때문에, 배를 덮친 사건은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용의 분노나 경고로 해석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강적룡의 의미

  • 경강적룡은 단순한 수호신이 아니라, 한강을 다스리는 강력한 신령적 존재로 보입니다.
  • 한강에서 활동하는 경강상인들에게는 재물을 가져다주는 존재이면서도, 노여움을 사면 파멸을 초래하는 존재로 두려움을 주는 신격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조선 후기 한강을 중심으로 한 경제 활동과 자연재해, 그리고 신앙이 결합된 전승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전승 속 교훈과 해석

  1. 신에게 바쳐야 하는 제물과 인간의 탐욕
    • 선주(船主)가 제사를 지내지 않은 이유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였고, 그 결과로 적룡이 출현해 배를 침몰시켰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 이는 당시 사람들에게 제사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신령과 인간 사이의 계약 같은 개념이었음을 보여줍니다.
    • 조선 시대 사람들은 해신(海神)이나 성황(城隍, 지방 수호신)에게 기도를 올려야 무사한 항해가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신령이 노하여 재앙을 내린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는 조선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고방식입니다.
  2. 용과 재물의 관계
    • 유몽인이 '용은 인간의 재물을 좋아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 사건을 해석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 동아시아의 용은 흔히 보물을 지키거나, 재물을 탐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 바다와 강을 다스리는 용이 제사를 통해 바쳐진 재물(돈, 음식, 술 등)을 받아야 만족한다는 개념이 있었던 것이죠.
    • 결국, 경강적룡은 단순히 한강을 다스리는 존재가 아니라, 제사를 받지 않으면 인간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아 가는 신령적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3. 신앙적 공포와 집단적 믿음
    • 이 사건 이후 선원들이 선주를 원망했다는 점은, 당시 사람들에게 신앙이 단순한 개인의 믿음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현실적 문제였음을 보여줍니다.
    • 바닷길과 강길을 다니는 이들은 언제든 자연재해를 만날 수 있었고, 이 재해를 신령의 노여움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 비슷한 사례로, 제주도의 용왕신 신앙이나 일본 어민들의 에비스(恵比寿) 신앙도 존재합니다.

결론

  • 경강적룡은 한강을 지배하는 신령적 존재로, 제사를 통해 인간과 관계를 맺는 존재였습니다.
  • '용은 인간의 재물을 좋아한다'는 말처럼, 적룡은 제사를 통해 공물을 받지 않으면 스스로 가져가 버리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 선주처럼 신령을 무시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전승은, 조선 시대 공동체적 신앙과 자연 재해에 대한 해석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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