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의 괴물,요괴,귀신/한국괴물,요괴,귀신

[한국의 요괴] 인간같으면서도 괴물같고 때로는 형상이 없을때도 있었던 그래서 마냥 신비로운 존재 도깨비

by 크리스탈칼리네이 2025. 4. 9.

 

도깨비의 외모

1. 인간같지만 알 수 없는 존재

도깨비의 외형은 시대, 지역, 전승 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고대부터 내려온 설화 속에서 도깨비는 야차 등의 다른 귀신이나 요괴와 동일시되기도 하며, 구체적인 외모보다는 ‘사람과 닮았으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도깨비가 눈앞에 확실히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조선 후기 야담집에서는 도깨비 마을 체험담이나 어둑한 곳에서 형체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귀신으로 등장한다. 어떤 경우에는 얼굴이 잘생겼다고도 하지만, 구체적 생김새보다 ‘정체불명의 인간 같은 형상’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이러한 묘사들은 도깨비가 실제 인간과 매우 흡사한 형태로 나타났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도깨비는 주로 장난기 많고 엉뚱하면서도 솔직한 인물로 묘사되며, 좋아하는 것도 떡, 메밀, 고기, 술 등 인간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도깨비의 외형 역시 인간, 특히 어리숙하거나 건장한 남성으로 상상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수록된 도깨비 설화 중 많은 사례에서 "어떤 남자" 혹은 "아는 사람과 같다"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는 도깨비가 ‘이질적인 괴물’이라기보다는 ‘낯익은 사람 같은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묘사로는 키가 크고, 털이 많고, 패랭이를 쓴다는 정도가 있으나, 이조차도 일관되지 않다.

 

2. 괴물, 무형의 존재로서의 도깨

출처 : https://i.pinimg.com/736x/9a/b5/46/9ab54627a6c730823efeec81d0fa3a15.jpg

 

도깨비는 사람과 비슷한 형상 외에도 ‘불’이나 ‘소리’ 같은 무정형의 존재, 또는 괴물의 모습으로도 묘사된다. 이는 도깨비가 정체불명의 존재로 받아들여졌다는 또 다른 증거다.

현대에 도깨비 하면 흔히 떠올리는 뿔 달린 형상, 원시복, 방망이 등은 대부분 일본의 ‘오니(鬼)’ 이미지에서 유입된 것이다. 실제 한국의 고전 문헌에서는 뿔이 달린 도깨비도 간혹 등장하지만, 방망이에 징이 박혔다는 묘사는 없다. 징이 박힌 방망이는 일본 문화의 영향이며, 한국 전통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무기이다.

도깨비는 시각적으로 뚜렷한 형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귀신과 구분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도깨비불처럼 정체불명의 자연현상이나, 허공에서 목소리만 들리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무형의 존재로서 등장하기도 한다.

 


3. 외형의 유형화

도깨비의 외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유형설명
사람 형상 가장 흔한 형태. 대부분 건장한 남성으로 묘사되며, 얼굴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없음.
괴물 형상 뿔이 있거나, 크고 괴이한 존재. 하지만 이 역시 사람과 유사한 골격을 가짐.
무정형 존재 불, 소리, 그림자 등 비물질적 형상. 귀신과 혼동되기도 함.

출처 : https://i.pinimg.com/736x/30/b5/13/30b51362b5497372f2f998539789c00a.jpg

 


4. 독각귀와 외다리 도깨비

‘도깨비’라는 단어는 한자로 ‘독각귀(獨脚鬼)’라고도 쓰이며, 이는 ‘외다리 귀신’을 뜻한다. 이로 인해 도깨비의 외형 중 외다리 형상이 전통적으로 대표성을 가진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외다리 도깨비는 다리가 하나이며,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방망이는 징이 박힌 형태가 아닌 원추형이며, 재질은 금속(금/은)으로 묘사된다. 씨름을 좋아하는데, 다리가 하나뿐이므로 ‘왼쪽으로 넘어뜨려야만 이길 수 있다’는 전승이 있다.

조선 후기 《성호사설》 등에서도 외다리 도깨비의 씨름 설화가 등장한다. 이는 도깨비에 대한 오랜 민간신앙과 상상력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5. 다양한 도깨비들

도깨비는 단일한 외형이나 성격으로 규정되기 어려운 존재로, 전승과 이야기 속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어떤 도깨비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칠흑같이 검은 피부에 외다리로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형상이거나, 키가 너무 커서 머리가 구름 위로 솟아 있는 등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외에도 도깨비는 '불도깨비', '소리 도깨비', '등불 도깨비', '홑이불 도깨비', '달걀 도깨비', '갓 쓴 도깨비', '더벅머리 도깨비', '삼태기 도깨비', '멍석 도깨비', '강아지 도깨비', '장사 도깨비' 등과 같이 일상 속 사물이나 동물에서 유래한 형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는 도깨비의 존재가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외형뿐 아니라 나이와 성별도 자유롭게 변화하는데, 도깨비는 아이, 노인, 총각, 처녀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차일 도깨비’처럼 천을 펼쳐 사람의 머리 위를 덮는 독특한 도깨비도 있으며, 몸의 색깔도 청색, 흰색 등 여러 색으로 묘사된다.


6. 외형과 언어 속 인식

이처럼 도깨비는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무한히 변형 가능한 존재’로 받아들여져 왔다. 예고 없이 나타나서 갑자기 사라지는 그 특성은, 현대 한국어 속 관용 표현에서도 반영된다. 예컨대 “도깨비 같다”, “도깨비처럼 사라지다”, “도깨비에 홀린 듯”, “도깨비 짓 한다” 등의 표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서의 도깨비 이미지를 잘 드러낸다.

시각적 표현에서 도깨비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으며, 단지 “귀신처럼 생긴 형상” 이상의 존재이다. 《기초조형학연구》에 수록된 이현지 외의 논문에서는, 도깨비의 시각적 정체성이 본래부터 매우 유동적이고, 단일한 복식과 용모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옷차림이나 얼굴은 물론, 심지어는 신체의 유무까지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어떤 도깨비는 실체가 없고, 어떤 도깨비는 형상이 확실히 있으며, 어떤 도깨비는 일종의 ‘기운’으로만 존재한다.


7. 특이 유형: 낮 도깨비와 천도깨비

특이한 유형으로는 낮도깨비가 있다. 일반적으로 도깨비는 밤에 활동하는 존재로 여겨졌지만, 낮에 나타나는 도깨비는 이례적이고 더 괴기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이는 사람들의 공공장소에서의 불안심리와도 연결되며, ‘낮에 돌아다니는 도깨비’는 공포의 강도가 더 높았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특이한 도깨비는 천(天 또는 遷)도깨비이다. 속담에서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천도깨비는 강감찬과 관련된 설화에도 등장한다. '천(遷)도깨비'는 중국으로 도망친 도깨비로 해석되기도 하며, '천(賤)도깨비'는 도망노비와 같은 천한 복색을 한 도깨비라는 조롱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처럼 도깨비는 계층적 풍자나 은유의 수단으로도 활용되었다.


8. 서열과 역할의 다양성

도깨비는 단순한 개체가 아닌, 집단 내 역할 분화가 존재하는 요괴 무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전승에서는 아이 도깨비, 노인 도깨비, 대장 도깨비 등 각기 외형과 성격이 다른 도깨비들이 등장한다. 또한 도깨비가 선비나 군인의 복장을 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성적 농담을 포함한 이야기에서는 ‘숫놈 도깨비와 암놈 도깨비’라는 개념도 드러난다.

이처럼 도깨비는 단일한 종족이 아닌, 사회적 구조를 내포한 복합적 요괴 집단으로 기능하기도 하며, 각 도깨비의 외형과 특징은 그 역할과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9. 예쁘지만 위험한 여자 도깨비

도깨비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형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설화나 구전 전승, 도시 괴담 속에서는 여성형 도깨비, 즉 암도깨비 또한 빈번히 등장한다. 여성형 도깨비는 외형적으로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나타나지만, 그 정체가 드러났을 때는 공포와 기이함을 자아낸다. 이러한 존재는 단순히 괴물로서의 공포만을 상징하지 않고, 치정, 유혹, 복수, 풍요 등의 다양한 서사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1960년대에 구전된 한 도시전설에는, 산길을 지나던 남성이 도와달라는 여인을 자전거에 태워 마을까지 데려가다가, 도착 후 뒤를 돌아보니 헌 싸리빗자루가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는 암도깨비가 사람의 형상을 빌려 접근한 사례로 해석된다.

또 다른 민간 설화에서는 세상물정 모르는 총각이 숲속 빈집에서 암도깨비와 일 년을 살고, 이후 쌀이 나오는 보자기, 돈을 뱉는 말, 때리는 방망이 등을 얻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이야기에서는 암도깨비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풍요와 시련을 함께 가져다주는 요괴적 존재로서 기능한다. 이런 유형은 고대 기술자나 풍요의 신으로 여겨졌던 '두두리' 계열과도 연결되어, 여성형 도깨비의 원형이 단지 근대 도시전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암도깨비는 남성 도깨비와는 달리 세심하고 계산적인 성격, 그리고 강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자신을 사랑해준 인간에게는 금은보화와 같은 보은을 베풀기도 하지만, 미움을 사거나 배신당한 경우에는 더 잔혹하고 비참한 최후를 안겨주는 사례가 많다. 요컨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존재로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도깨비는 종종 메가데레적인 열정과 사랑, 혹은 유교적 영향을 받은 차가운 미녀의 이미지로 나타나며, 이 두 가지가 혼합되기도 한다. 치정극에 가까운 이야기 구조나 도깨비와 인간 사이의 애증 관계가 암도깨비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는 설화적 전통에서 보기 드문 여성 괴물상의 구체화로 볼 수 있다.

암도깨비 또한 도깨비답게 장난을 좋아하며, 장난의 수준은 때로는 해학적이고 때로는 공포스럽다. 다만 장난의 방식과 맥락은 남성형 도깨비와 다르게 더 정교하고 의도적이며,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특성을 지닌다.

이처럼 여성형 도깨비는 한국 도깨비 전승의 복잡성과 유연성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단순히 남성 도깨비의 여성 버전으로 보기보다는, 여성만의 역할과 상징을 지닌 독립적인 도깨비 형태로 이해해야 한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