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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요괴]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초대형 괴인 요하입수거인(腰下入水巨人)

by 크리스탈칼리네이 202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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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요하입수거인(腰下入水巨人)은 조선 중기의 문인 유몽인(柳夢寅)이 지은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등장하는 초대형 괴이한 존재로, 그 이름처럼 "허리 아래가 물에 잠긴 거인"이라는 특이한 외형을 지닌 존재입니다. 일견 전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보이나, 당시 실제 백성의 체험담이 서술되어 있어 민간 전승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향간에서는 100미터에 달하는 거인이라는 인식이 있으나, 실제로는 조선시대의 기준으로 약 30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초거대 생명체로 추정됩니다.

2. 명칭과 의미

요하입수거인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腰下(요하, 허리 아래) + 入水(입수, 물에 들어감) + 巨人(거인, 큰 사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이 존재의 모습이 허리 아래는 바다에 잠겨 있고 허리 위로만 드러난 상태였음을 강조하는 이름입니다. 단순히 큰 인간형 존재라기보다는, 바다와 융합된 거대 자연 존재 또는 반신반인의 괴이한 생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명칭입니다.

 

3. 등장 기록

『어우야담』 제3권에 이수광이 안변부사로 있던 시절, 지방 백성의 체험담으로 수록된 이야기가 바로 요하입수거인의 기록입니다. 이는 조선 중기 실제 역사적 인물과 지역, 그리고 생존자의 구술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서, 당시 민간에서 회자되던 괴이담 중에서도 사실성과 신빙성이 매우 높은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4. 전승 내용

안변 지역의 한 백성이 바다에서 표류하다 가까스로 귀환한 뒤 전한 이야기입니다. 세 명의 어부가 작은 배를 타고 조업을 하다 서풍을 만나 7일간 표류하던 중, 바다 한가운데에서 육지로 보이는 언덕에 닿아 잠시 정박하게 됩니다. 다음 날 깨어나 보니 바다에서 허리 아래가 잠긴 거인이 나타났으며, 그 크기는 20길, 즉 약 30여 미터에 달했습니다. 머리, 눈, 몸통의 위용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어부들이 당황하여 도망치려 하였으나 배가 뒤집힐 위기에 처해 도끼로 거인의 팔을 내리쳤고, 거인은 산 쪽으로 올라가 사라졌습니다. 거인이 사라진 뒤 어부들은 간신히 배를 몰고 도망쳐 돌아왔습니다. 이들이 말하길, 거인이 산 위에 서 있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산맥과도 같았다고 하며, 자신들이 도달한 지역이 어디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5. 거인의 신체 및 크기

기록에 따르면, 거인의 키는 20길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한 길은 성인 남성의 키를 기준으로 하는 전통적 단위이며, 조선 중기의 평균 신장을 약 160cm로 환산할 때, 20길은 약 3200cm, 즉 32미터에 해당합니다. 이는 현대의 건물로 치면 10층에 해당하는 높이로, 말 그대로 초대형 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허리 아래가 바닷물에 잠겨 있었으며, 허리 위 상반신만으로도 어부들에게 압도적인 공포를 선사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신체 크기의 강조가 아니라, 물과 융합되어 있는 존재로서 일종의 자연신 또는 지역의 신령적 존재로 해석될 여지를 줍니다.

 

6. 관련 고전 인용

유몽인은 이 이야기 뒤에 다른 고전적 예를 인용하며 이 존재의 유래를 추론합니다. 그는 『동국통감』을 인용해, 과거 바다에 떠 있던 여인의 시체의 음부(陰戶)가 7척이었다는 이야기를 함께 서술하며, 바다 밖에 거인국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고대 중국과 조선 전설에 등장하는 이종족들인 방풍씨(防風氏), 장적(長狄), 교여(膠與)의 후손일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이들은 모두 신화나 고대 기록에서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신체를 가진 존재들로 기록됩니다.

 

7. 문화사적 해석

요하입수거인은 단순한 괴물의 범주를 넘어서 조선 후기의 상상력, 자연관, 미지 세계에 대한 공포 및 경외를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미지의 공간(바다 너머)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종교적·신화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또한 이수광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등장과, 당대 민간의 해양 공포증, 전설 속의 이인종(異人種) 존재들에 대한 언급이 함께 이루어져, 요하입수거인은 일종의 집단기억과 신화의 교차점에 있는 존재로 평가됩니다.

 

8. 현대적 재해석

오늘날 요하입수거인은 괴담 혹은 민간신앙의 일부로서 해석되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조선시대 사람들의 세계 인식,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넘는 존재들에 대한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민속자료입니다.

또한 이와 같은 전승은 현대 창작물—웹소설, 영화, 게임 등—에서 거대한 생명체나 신적 존재들을 구상하는 데 훌륭한 창조적 자양분이 됩니다. 물속에서 솟아오른 반신반수형 거인, 신령적 존재, 혹은 이계(異界)와 연결된 존재로의 재해석이 가능하며, 동양적 거대 존재 창작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9. 결론

요하입수거인은 『어우야담』을 통해 전해지는 하나의 괴이한 이야기지만, 단순한 허구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당시 민간의 해양 체험, 거인에 대한 상상력, 고대의 전설이 어우러진 복합적 서사로서, 조선 중기 사람들의 상상과 두려움,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대한 감성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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