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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괴물,요괴,귀신/한국괴물,요괴,귀신

[한국의 요괴] 거대한 체구의 온몸이 털로 덮인 거인 우와 을

by 크리스탈칼리네이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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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조선 말기의 야담집인 『청구야담』과 『금계필담』에 등장하는 거인 요괴 '우(于)'와 '을(乙)'은 각각 황해도 묘향산과 강원도 태백산에서 살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 요괴는 단순한 괴력의 존재를 넘어, 인간 사회와 생리적으로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며, 전쟁의 징조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그들의 키는 3미터에서 최대 27미터에 달하며, 자연의 포식자이자 인간의 공포를 대변하는 상징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2. 기록과 출전

을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기록은 서유영(徐有英, 1801~1874)이 1873년에 집필한 야담집 『금계필담(金溪筆談)』에 실려 있습니다. 『청구야담』에도 간략히 언급되며, 이 두 야담집은 조선 말기의 민간 전승과 귀괴(鬼怪) 신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자료들입니다. 이러한 기록들은 단순한 괴이담을 넘어, 당대 백성들의 불안과 상상력, 민속적 공포를 반영하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거인의 생김새와 특징

을은 강원도 태백산에 서식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키는 약 1길(約 3미터)에서 최대 수십 길, 즉 27미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전신이 짙은 털로 덮여 있으며, 머리카락은 땅에 닿을 정도로 길게 자라 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거대한 육체와 이질적인 외형은 인간과의 괴리를 분명히 나타냅니다. 또한 손발과 이빨은 맹수를 능가할 만큼 강인하며, 무기 없이도 호랑이와 표범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입니다.

 

4. 생태와 식성

을은 일반적인 동물뿐 아니라 맹수인 호랑이, 표범, 멧돼지, 사슴 등을 사냥하여 섭취하는 강력한 포식자입니다. 이는 그 자체가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임을 시사하며, 자연 질서 위에 군림하는 초월적 존재로 그려집니다. 일반적인 산짐승은 물론, 사람조차 사냥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인간의 특정 행동을 관찰하고 위협하는 점에서 단순한 짐승 이상의 존재감을 가집니다.

 

5. 기원과 유래

토정 이지함의 설명에 따르면, 을은 본래 조선의 존재가 아니었으며, 먼 서역—즉 사막과 바닷가가 맞닿은 지역에서 온 이질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이는 을이 단순한 요괴가 아니라 외래의 공포, 낯선 재앙의 상징으로 해석될 여지를 줍니다. 조선에 정착한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그 등장은 일종의 사회적 불안, 혹은 대자연의 이변과 관련된 징조로 여겨졌습니다.

 

6. 번식 방식과 공포의 상징성

을은 암컷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수컷만 존재하는 일종의 단성 생물입니다. 이들은 인간 남녀가 성관계를 맺는 모습을 숨죽여 관찰하다가, 여성이 49일 후 큰 알을 낳으면 이를 낚아채어 부화시키는 방식으로 번식합니다. 이는 대단히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방식으로, 당시 사회에서 금기시되던 성적 행위에 대한 경고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거부할 경우 즉시 살해한다는 점은 공포의 수위와 비인간성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7. 전쟁과 재앙의 예언자

을이 나타나는 지역은 반드시 큰 전쟁이나 재앙이 따랐다는 전승이 있습니다. 실제로 전승 중에는 을이 태백산에 처음 등장한 뒤 곧 임진왜란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존재합니다. 이는 을이 단순한 요괴가 아닌 '전쟁의 예언자' 내지 '죽음과 파괴의 전조'로 인식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을의 출현 자체가 곧 국가적 재난을 암시하는 공포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8. 문화적 해석과 의미

을의 존재는 단순히 괴물이나 기괴한 존재의 범주를 넘어서, 민속학적, 사회학적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래에서 온 괴수, 인간의 성행위를 감시하고 조작하는 존재, 전쟁을 예고하는 사신(使臣)의 성격은 모두 당대 조선 사회의 불안과 외부 침략, 내부적 금기와 억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을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공포의 은유이며 사회 구조 속에서 발생한 무의식적 집단 상상력의 산물임을 보여줍니다.

 

9. 결론

조선 말의 야담에 등장하는 을은 단순한 거인 요괴를 넘어, 외래 재앙, 생물학적 기괴성, 금기의 경계, 재난의 예언 등 다양한 상징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의 기록은 민간 전승 속 공포의 정체가 어떻게 형상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기억으로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또한 을의 존재는 오늘날 요괴학, 민속학, 역사문화 연구의 귀중한 단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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