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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괴물,요괴,귀신/중국괴물,요괴,귀신

[중국의 요괴] 신선 세계에 살고 있는 날아다니는 물고기 머리가 돼지이며 몸은 물고기인 비어(飛魚)

by 크리스탈칼리네이 2025.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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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어(飛魚) 개요

비어(飛魚)는 이름 그대로 '날 비(飛)'와 '물고기 어(魚)'가 결합된 상상의 동물입니다. 이는 '날아다니는 물고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고대부터 여러 문화권에서 신성시되거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특히 고구려 고분 벽화와 중국의 고서 『산해경』 등 여러 문헌과 유물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어는 단순히 형태적인 특징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길상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2. 어원

비어의 어원은 한자 '飛魚'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飛'는 날다, 비행하다의 의미를 가지며, '魚'는 물고기를 뜻합니다. 따라서 비어는 '날아다니는 물고기'라는 직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름은 비어가 일반적인 물고기처럼 물속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초월적인 능력을 지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이름 자체에 상상 속 존재로서의 신비로움과 비범함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전승 이유

비어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전승된 주된 이유는 비어가 가진 강력한 '길상적인 의미'와 '현세 이점' 때문입니다. 비어를 먹으면 창이나 칼에 찔려도 상처를 입지 않고, 두려움이 사라지며, 심지어 치질까지 낫는다고 전해져 왔습니다. 이러한 효험들은 고대 사람들이 염원했던 건강, 안전, 그리고 평안과 직결되는 요소였습니다. 특히 고분 벽화나 유물에 비어가 그려진 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넘어 사후 세계에서 고인을 보호하고 악귀를 물리치며, 영원한 안식과 번영을 기원하는 종교적,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비어가 실제적인 어려움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졌다고 믿었기에 그 존재를 잊지 않고 전승하려 노력했습니다.




4. 전승 내용 분석

비어의 전승 내용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흥미로운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차이를 분석하는 것은 비어라는 상상의 동물이 각 문화권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수용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4.1. 한국의 전승: 고구려와 백제의 비어

고구려의 경우, 덕흥리 고분벽화에 그려진 비어는 18마리의 신수 중 하나로, 묘실 앞 칸 동벽 천정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곳의 비어는 완벽한 물고기의 형태에 날개가 달려있는 모습이며, 하늘에서 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 하늘을 나는, 즉 불가능을 극복하는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의미를 부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안악 1호분과 강서대묘에서도 비어가 등장하며, 고구려 사람들이 비어를 사후세계의 수호신이자 길상의 상징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백제의 금동대향로에서도 비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아, 비어가 고대 한반도 전역에서 중요한 상징물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4.2. 중국의 전승: 『산해경』 속 비어

중국의 『산해경』은 고대 지리서이자 신화집으로, 이곳에 기록된 비어는 고구려의 비어와는 다소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산해경』의 「중산경(中山經)」에 따르면, 우수산(牛首山)이라는 곳에는 비어가 많은데 생김새가 붕어와 같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비어를 먹으면 치질을 낫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기록인 「중차삼경(中次三經)」에서는 괴산(騩山)의 비어가 생김새는 돼지 같고 붉은 무늬가 있으며, 이 비어를 먹으면 천둥을 무서워하지 않고 무기를 막을 수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비어는 돼지의 얼굴을 하거나 붕어의 모습을 하며, 바다에서 사는 것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이는 지역에 따라 동일한 이름의 신수라도 그 형태와 서식지, 부여되는 능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5. 전승 속 교훈과 해석

비어 전승 속에는 고대 사람들의 삶의 지혜와 염원, 그리고 세계관이 담겨 있습니다.

 


5.1. 질병과 재앙으로부터의 해방

비어를 먹으면 치질이 낫는다는 이야기나, 창이나 칼에 찔려도 다치지 않는다는 전승은 고대 사람들이 얼마나 질병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질병은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죽음으로 이끄는 큰 공포였습니다. 또한 외부 세력과의 전쟁이나 분쟁은 언제나 개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였습니다. 비어는 이러한 현실적인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닌,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신성한 존재로서의 비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5.2. 내면의 평화와 두려움 극복

"두려움이 사라진다", "천둥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비어의 효능은 외적인 위협뿐 아니라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심리를 반영합니다. 알 수 없는 자연 현상이나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은 고대인들에게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두려움을 없애준다는 비어의 이야기는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정신적인 평온과 용기를 얻고 싶어 하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비어는 단순히 신체적인 치유를 넘어, 정신적인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5.3. 초월과 극복의 상징

물고기가 하늘을 난다는 것 자체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의미합니다. 비어는 이러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초월적인 존재입니다. 이는 곧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는 '극복'의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어의 이미지는 고대인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넘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도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6. 이름 자체의 속성과 특징

비어(飛魚)는 그 이름 자체에 핵심적인 속성과 특징이 담겨 있습니다. '날아다니는 물고기'라는 의미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6.1. 이질적인 존재의 결합

비어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요소인 '하늘(비행)'과 '물(물고기)'을 결합한 존재입니다. 물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가 하늘을 난다는 것은 자연의 질서를 뛰어넘는 능력을 가졌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은 비어를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신화적이고 신비로운 존재로 만듭니다. 이는 또한 비어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특정한 의미와 상징을 지닌 '신수(神獸)'임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6.2. 자유로움과 경계의 초월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 하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비어의 모습은 공간적인 제약과 경계를 초월하는 자유로움을 상징합니다. 이는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현실 세계를 벗어나 이상적인 세계로 도약하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어는 더 높은 차원으로의 상승, 그리고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는 이름입니다.

 


6.3. 예외적인 능력과 비범함

비어라는 이름은 일반적인 물고기가 할 수 없는 '날기'라는 특별한 능력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비범함은 비어가 가진 치유, 보호, 공포 극복 등의 초자연적인 능력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름 자체가 비어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임을 독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비어의 존재 가치와 신성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가 됩니다.


 



7. 외모(생김새)

비어의 외모는 지역별 전승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각 문화권의 특성과 상상력을 반영합니다.

 


7.1. 고구려의 비어: 완벽한 물고기 형상에 날개

고구려의 비어는 덕흥리 고분벽화 등에 그려진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비어는 '완벽한 물고기의 모습에 날개만 달려있다'고 묘사됩니다. 즉, 몸체는 우리가 익히 아는 물고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물고기로서는 가질 수 없는 '날개'가 추가되어 하늘을 나는 능력을 부여받았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고구려 사람들이 물고기의 유려하고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그 위에 신성한 능력을 상징하는 날개를 더함으로써 비어를 신비롭고 강인한 존재로 표현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구려 비어는 하늘을 유영하는 듯한 움직임이 강조되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7.2. 중국 『산해경』의 비어: 돼지 얼굴, 붕어 모습, 붉은 무늬

반면, 중국의 『산해경』에 등장하는 비어는 고구려의 비어와는 사뭇 다른 외모를 가집니다. 「중산경(中山經)」에 기록된 비어는 '생김새가 붕어 같다'고 하여 비교적 일반적인 물고기의 모습과 유사함을 나타냅니다. 붕어는 동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로, 친숙한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비어의 모습을 쉽게 상상하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차삼경(中次三經)」에 묘사된 비어는 '생김새는 돼지 같으나 붉은 무늬가 있다'고 하여 매우 독특하고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돼지의 얼굴을 한 물고기는 매우 기이한 형상으로, 상상 속의 존재로서의 특이성을 더욱 강조합니다. 붉은 무늬는 고대 동아시아에서 액운을 막고 신비로운 힘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자주 사용되었으므로, 비어의 신성한 능력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외모의 다양성은 비어라는 상상의 존재가 특정 문화권 안에서도 다양한 지역적 해석과 시각적 표현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8. 무기와 방어구

주어진 정보에는 비어 자체가 특정 무기나 방어구를 착용했다는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어가 지닌 능력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비어를 먹으면 '무기를 막을 수 있다'는 전승이 존재합니다. 이는 비어 자체가 무기나 방어구를 갖춘 형태로 묘사되지 않더라도, 비어의 본질적인 능력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이나 타인을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무형의 방어구' 역할을 했음을 시사합니다. 즉, 비어는 물리적인 갑옷이나 칼과 같은 도구를 착용한 존재라기보다는, 그 존재 자체로 강력한 보호막이 되는 영적인 존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사들이 비어의 힘을 빌려 전쟁에서 다치지 않기를 바랐거나, 비어의 이미지를 방패나 갑옷에 새겨 보호의 상징으로 삼았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비어는 보이는 무기나 방어구는 없지만, 그 효능 자체가 가장 강력한 방어 능력을 발휘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9. 서식지

비어의 서식지는 한국과 중국의 전승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 문화권에서 비어를 어떤 존재로 인식했는지를 반영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9.1. 한국 고구려의 서식지: 신선 세계와 하늘

고구려의 비어는 덕흥리 고분벽화에서 '신선 세계에서 살고 있는 물고기'이자 '하늘에서 산다'고 명확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는 비어가 단순히 물속에 사는 물고기가 아니라, 현실 세계를 초월한 상상의 공간, 즉 신성하고 영적인 영역에 속한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하늘은 고대 사회에서 신성한 권위와 천상의 존재가 거하는 곳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따라서 하늘을 서식지로 삼는 비어는 인간계와 신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이며, 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신의 권능을 대리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이는 비어가 단순한 괴수가 아닌,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길상적인 신수로서의 지위를 가졌음을 보여줍니다.

 


9.2. 중국 『산해경』의 서식지: 특정 산과 바다

중국 『산해경』에 기록된 비어는 특정 산악 지역과 연결되어 나타나며, 바다에 산다고 묘사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중산경(中山經)」에서는 우수산(牛首山)과 「중차삼경(中次三經)」에서는 괴산(騩山)에서 비어가 발견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지명과 연결된 기록은 비어가 특정 지역의 전설이나 민간 신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바다에서 산다'는 묘사는 비어가 실제 바다 생물에서 모티프를 얻었을 가능성을 열어두며, 해양 민족이나 바다를 접한 지역의 전승에서 더욱 강조되었을 수 있습니다. 고구려의 비어가 추상적이고 영적인 서식지(하늘, 신선 세계)를 가졌던 것과 달리, 중국의 비어는 조금 더 구체적인 지리적 맥락 속에서 존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0. 생활 풍습

주어진 정보에는 비어의 구체적인 생활 풍습에 대한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어의 서식지와 능력, 그리고 신화 속 다른 존재들의 일반적인 특성을 통해 몇 가지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10.1. 자유로운 유영과 비행

비어는 '날아다니는 물고기'이므로, 물속과 하늘을 자유롭게 오가며 유영하고 비행하는 생활 풍습을 가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먹이를 찾고 숨쉬는 활동을 하다가도, 위험을 감지하거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하늘로 솟아올라 날아다녔을 것입니다. 특히 고구려의 비어가 '하늘에서 산다'고 한 점을 미루어 볼 때, 물속에서의 활동보다는 하늘에서의 비행과 활동이 주를 이루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생활 방식은 비어가 다른 어떤 동물도 따라 할 수 없는 독특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부각시킵니다.

 


10.2. 길상적인 역할 수행

비어가 길상적인 의미를 지닌 신수인 만큼, 단순히 생존을 위한 생활을 넘어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풍습을 가졌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어가 특정 지역에 출현하는 것 자체가 길조로 여겨지거나,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타나 도움을 주는 형태로 생활했을 수도 있습니다. '신선 세계'에 산다는 묘사를 보면, 속세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고요하고 영적인 환경에서 신비롭게 생활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10.3. 단독 또는 무리 생활

정보에 '18마리의 신수 중 하나'라는 언급이나 '비어가 많다'는 기록도 있지만, 비어가 정확히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지 아니면 단독으로 활동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면, 그들만의 독특한 대형이나 비행 패턴을 가지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정처 없이 떠돌다가 플레이어를 발견하면 날아와서 공격한다'는 현대 게임 속 '날치'에 대한 묘사는 실제 신화 속 비어의 생활 풍습과는 거리가 멀며,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신화 속 비어는 해를 끼치기보다 이로움을 주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11. 먹는 것


주어진 정보에서 비어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어가 상상의 동물이고 길상적인 신수임을 고려할 때, 몇 가지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11.1. 영적인 양분 섭취

비어가 신선 세계나 하늘에서 사는 존재로 묘사되는 만큼, 일반적인 동식물을 섭취하기보다는 영적이거나 신비로운 양분을 먹고 살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늘의 기운이나 구름, 이슬 등을 섭취하며 생존하는 형태로 상상될 수 있습니다. 신화 속의 많은 신수들이 그러하듯, 현실의 먹이사슬과는 다른 독자적인 생존 방식을 가졌을 것입니다. 이는 비어의 신비로움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가 됩니다.

 


11.2. 물속 생물 섭취 (일부 경우)

중국의 비어가 바다에 산다고 묘사된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일반적인 물고기처럼 물속의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 등을 먹고 살았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붕어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기록은 민물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편입되었을 가능성도 시사합니다. 그러나 날아다니는 능력을 가진 만큼, 육상이나 공중의 먹이를 사냥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이며, 문헌에서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11.3. 비어가 가진 '먹는 효능'과의 연관성

오히려 비어는 '사람이 먹으면 특정 효능이 나타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는 비어 자체가 다른 존재를 먹기보다는, 다른 존재에게 '먹히는' 대상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조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즉, 비어는 그 존재 자체로 효능을 발휘하며,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로 주로 인식되었습니다.




12. 숨은 속뜻

비어의 전승에는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선 깊은 문화적, 정신적인 속뜻이 담겨 있습니다.

 


12.1. 초월적 존재에 대한 염원

비어는 물고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난다는 점에서 인간의 한계와 구속을 뛰어넘고자 하는 근원적인 염원을 상징합니다. 고대 사회에서 인간은 질병, 재앙, 전쟁 등 수많은 위협 속에서 나약한 존재였습니다. 비어는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초월하여 자유와 안정을 누리고 싶은 인간의 소망을 투영한 존재입니다.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삶, 고통 없는 평화로운 상태에 대한 갈망이 비어의 속뜻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12.2. 역경 극복과 재도약의 메시지

하늘을 나는 물고기라는 상상은 역경을 딛고 비상하는 '입신양명'의 의미를 내포하기도 합니다. 특히 물속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갇힌 존재가 하늘이라는 무한한 공간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대변합니다. 이는 개인의 성공뿐 아니라 국가의 번영과 발전이라는 거시적인 바람까지 담아냈을 수 있습니다.

 


12.3. 신성함과 길상의 상징

비어가 고분벽화에 그려지고 『산해경』에 기록되었다는 사실은 비어가 단순한 민간 설화 속 동물이 아닌, 신성하고 길상적인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비어를 먹으면 얻을 수 있다는 다양한 효능은 비어가 강력한 영적인 힘을 지닌 존재이며, 인간에게 행운과 복을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속뜻은 비어가 고대인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아 정신적인 위안과 희망을 제공했음을 증명합니다.



13. 주요 전승

비어의 주요 전승은 한국과 중국의 여러 기록과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13.1. 한국 고분벽화

고구려의 경우, 덕흥리 고분벽화에 18마리의 신수 중 하나로 비어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묘실 앞 칸 동벽 천정에 위치하며, 날개가 달린 물고기의 형태로 묘사됩니다. 또한 안악 1호분과 강서대묘에서도 비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분벽화에 등장한다는 것은 비어가 단순히 이야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인들의 내세관과 밀접하게 연결된 중요한 상징물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망자의 안녕을 기원하고 사후세계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13.2. 백제 금동대향로

백제의 대표적인 유물인 금동대향로에서도 비어의 형상이 나타납니다. 금동대향로는 백제인들의 도교 사상과 불교 사상, 그리고 당시의 세계관이 집약된 예술품입니다. 이곳에 비어가 새겨졌다는 것은 비어가 한국 고대 삼국 전역에서 보편적으로 인식되었던 길상적인 신수였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향로라는 제의적인 도구에 그려졌다는 점에서, 비어가 신성한 의미를 지니고 제의에 사용될 만큼 중요하게 여겨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13.3. 중국 『산해경』

중국의 고서 『산해경』은 비어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문헌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중산경(中山經)」에는 우수산에 사는 붕어 같은 비어가 치질을 낫게 한다는 내용이, 「중차삼경(中次三經)」에는 괴산에 사는 돼지 같고 붉은 무늬가 있는 비어가 천둥을 무서워하지 않고 무기를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산해경』은 비어의 외모와 효능, 서식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며, 중국 내에서도 지역별로 다양한 비어 전승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14. 문화적 의미 또는 정치적 의미

비어는 단순한 신화 속 동물을 넘어, 고대 사회의 문화와 정치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14.1. 길상적 상징으로서의 문화적 의미

비어는 무엇보다 '길상적인 상징'으로서의 문화적 의미가 큽니다. 병을 낫게 하고, 재앙을 막아주며, 두려움을 없애는 효능은 고대 사람들이 염원했던 평안과 안녕을 대변합니다. 이러한 길상성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비어의 이미지를 활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림, 공예품, 건축물의 장식 등에 비어의 형상이 새겨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고 액운을 막는 부적과 같은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비어의 존재는 고대인들의 삶에 희망과 위안을 제공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었습니다.

 


14.2. 왕권 강화 및 지배 이념의 반영

고구려 고분벽화와 백제 금동대향로에 비어가 등장하는 것은 비어가 단순한 민간 신앙을 넘어 왕실과 국가의 지배 이념에도 활용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왕릉에 비어를 그림으로써 왕의 신성함과 권능을 상징하고, 왕권이 백성을 수호하며 재앙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입니다. 비어의 강력한 보호 능력과 초월적인 특성은 왕이 백성을 다스리는 정당성과 신성성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왕이 신선 세계와 통하는 존재임을 강조하여 왕권의 신성화를 도모했을 수도 있습니다.

 


14.3. 세계관의 반영 및 교류의 증거

한국과 중국에서 비어가 유사하지만 다르게 전승되었다는 점은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비어와 같은 상상의 동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 지역의 독특한 해석을 더해 발전했다는 것은, 고대 동아시아가 단순한 물리적 경계를 넘어 상상력과 신화적 요소가 공유되는 거대한 문화권을 형성했음을 보여줍니다. 비어는 이러한 세계관의 한 부분으로서 각 문화의 정체성과 공통의 정신적 유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15. 결론

비어(飛魚)는 '날아다니는 물고기'라는 이름 그대로, 물과 하늘이라는 상반된 공간을 넘나드는 초월적인 존재입니다. 고구려의 고분벽화와 백제의 금동대향로, 그리고 중국의 고서 『산해경』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각기 다른 외모와 효능으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비어는 단순히 기이한 상상의 동물이 아니라, 고대인들이 염원했던 건강, 안전, 그리고 평화로운 삶을 상징하는 길상적인 존재였습니다. 병을 치유하고, 무기로부터 보호하며, 두려움을 없애는 비어의 능력은 예측 불가능한 자연과 질병,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큰 위안과 희망을 주었을 것입니다.

특히 비어가 고분벽화나 왕실의 유물에 등장한다는 점은, 이 신수가 민간 신앙을 넘어 국가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고 왕권의 신성함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상징물로 기능했음을 보여줍니다. 비어는 물고기라는 익숙한 형태에 '날개'라는 초월적인 요소를 더함으로써,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열망을 대변합니다.

이처럼 비어는 단순한 신화 속 존재를 넘어, 고대 동아시아 사람들의 세계관과 염원, 그리고 문화 교류의 흔적을 담고 있는 매우 중요한 상상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어의 다양한 전승은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이 꿈꾸는 이상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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