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요괴] 직접적인 해악은 끼치지 않으나 대상을 포위하여 놀래키는 짓은 아주 잘하는 도깨비 유엽화(遊獵火-몰이사냥용 횃불)
한국의 도깨비 – 유엽화
1. 개요
유엽화(遊獵火)는 『용재총화』에 등장하는 한국 도깨비의 한 종류입니다. 유엽화는 몰이사냥을 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악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저자인 성현(成俔)의 외숙 안 부윤(安府尹)이 실제로 목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그 기이한 특징 덕분에 후대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2. 전승
2.1. 안 부윤의 목격담
안 부윤이 젊었을 때, 파리한 말 한 마리와 어린 종을 데리고 서원(瑞原) 별장으로 이동하던 중이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져 가는 길이 험난해지면서 별장에서 약 10리쯤 떨어진 곳에서 일행은 사람의 자취를 찾지 못하고 당황했습니다.
그 순간, 동쪽의 현성(縣城) 방향에서 갑자기 횃불들이 밝게 빛나며 떠들썩한 소음과 함께 몰이사냥을 하듯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횃불들은 점점 안 부윤의 일행을 향해 다가왔고, 마침내 그들을 둘러싸며 포위하는 형세를 이루었습니다. 포위의 규모는 무려 5리에 달했습니다.
당황한 안 부윤은 말을 채찍질해 앞으로 7~8리를 달려 나갔고, 그러자 횃불들은 흩어져 사라졌습니다. 잠시 후 비가 조금씩 내리면서 길은 더욱 험해졌지만, 횃불들이 도망간 상황을 기뻐하며 다시 길을 나아갔습니다.
2.2. 횃불들의 재등장
산기슭을 지나 다시 한 고개를 넘었을 때, 앞서 사라졌던 횃불들이 다시 나타나 겹겹이 앞길을 막았습니다. 이에 안 부윤은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아 크게 소리치며 돌진했습니다. 그러자 횃불들은 순식간에 흩어져 풀숲 속으로 사라졌고, 어디선가 손바닥을 치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후 가까스로 별장에 도착한 안 부윤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창문을 기대어 잠이 들었습니다. 별장 내에서는 노비들이 솔불을 켜놓고 길쌈을 하고 있었고, 안 부윤은 흐릿한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던 중 횃불들이 다시 나타나 깜빡이며 불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놀란 그는 즉시 고함을 지르며 대응했고, 그 순간 불빛은 사라졌으며 좌우에 있던 그릇들이 깨져버렸습니다.
3. 작화(作花)의 또 다른 이름
유엽화라는 단어는 단순히 도깨비의 명칭이 아니라, 특정한 식물의 특징을 표현하는 단어로도 사용됩니다. 결과모지가 충실하지 않고 신초의 엽액에서 신엽 없이 피어나는 꽃을 직화(直花)라고 하는데, 이를 유엽화(遊獵花)라고도 부릅니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유엽화는 단순한 도깨비가 아니라 몰이사냥을 연상시키는 기이한 현상을 동반하는 존재군이네요. 흥미로운 이야기인 만큼, 한국의 도깨비 전설 속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