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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요괴] 고구려의 덕흥리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18마리 신수중 한마리 날개달린 물고기 비어(飛魚)

크리스탈칼리네이 2025. 4. 30. 11:45

상상의 동물, 비어(飛魚)에 대한 상세 설명

1. 개요: 하늘을 나는 신비로운 물고기

비어(飛魚)는 문자 그대로 '나는 물고기'라는 의미를 지닌 상상의 동물입니다. 동아시아, 특히 고대 한국과 중국의 기록 및 유물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단순한 환상 속의 생명체를 넘어, 고대인들의 세계관, 내세관, 그리고 길상(吉祥)에 대한 염원이 담긴 문화적 상징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비어는 주로 신선들이 사는 세계나 천상계를 자유롭게 노니는 특별한 물고기로 묘사되며, 현실의 물고기와는 다른 신성함과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고분 벽화나 귀중한 공예품에 비어를 새겨 넣어 불로장생, 사후세계의 안녕, 그리고 현세의 복을 기원하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비어는 단순한 상상의 동물이 아니라, 그것을 그리고 믿었던 사람들의 염원과 신앙이 투영된 중요한 문화적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명칭과 어원: 이름에 담긴 정체성

비어(飛魚)라는 명칭은 한자 '날 비(飛)'와 '물고기 어(魚)'가 결합된 것으로, 그 이름 자체가 '하늘을 나는 물고기'라는 핵심적인 특징을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이는 비어가 가진 가장 독특하고 신비로운 능력, 즉 물고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초현실적인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고대인들은 물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광활한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비어의 모습에서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신성함과 자유로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따라서 '비어'라는 이름은 단순한 명칭을 넘어, 이 상상의 동물이 지닌 초월적이고 신성한 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주요 출현 기록: 역사 속 비어의 흔적

비어는 고대 동아시아의 다양한 문화 유적과 기록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며, 당시 사람들의 관념 속에 실재했던 상상의 동물임을 증명합니다.

  • 고구려 고분 벽화: 비어의 존재를 가장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은 고구려의 고분 벽화입니다. 대표적으로 408년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평안남도 **덕흥리 고분 벽화(德興里古墳壁畵)**에는 묘실 앞 칸 동쪽 벽 천장에 그려진 18마리의 신성한 동물(신수, 神獸) 중 하나로 비어가 명확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는 비어가 고구려인들의 내세관 및 우주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음을 보여줍니다. 덕흥리 고분 외에도 황해남도 안악 1호분(安岳一號墳), 평안남도 강서대묘(江西大墓) 등 다른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도 비어 또는 비어와 유사한 날개 달린 물고기의 형상이 발견되어, 당시 고구려 사회에서 비어의 이미지가 널리 공유되었음을 시사합니다. 고분 벽화 속 비어는 주로 천상 세계의 신비로운 존재, 혹은 무덤 주인을 사후세계로 인도하거나 보호하는 수호적인 역할을 하는 신수로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백제 금동대향로: 백제의 정교한 금속공예 기술과 도교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에도 비어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향로의 몸체 부분에는 다양한 신선, 상상의 동물, 그리고 현실의 동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신선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데, 이 중 날개를 가진 물고기 형상이 확인됩니다. 이는 비어가 고구려뿐만 아니라 백제에서도 신선 사상과 관련된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금동대향로에 새겨진 비어는 불로장생과 신선 세계에 대한 백제인들의 염원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중국 고대 문헌 - 『산해경(山海經)』: 중국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이자 신화집으로 알려진 『산해경』에도 비어에 대한 기록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이는 비어가 한국뿐만 아니라 고대 중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상상의 동물이었음을 의미합니다. 『산해경』의 「중산경(中山經)」과 「중차삼경(中次三經)」 등 여러 부분에서 비어의 서식지, 생김새, 그리고 효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당시 중국에서의 비어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산해경』의 기록은 비어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공유되던 상상의 동물이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헌 자료입니다.

4. 외형적 특징 및 지역별 차이: 다양한 모습의 비어

비어의 생김새는 기록과 유물이 발견된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신화나 전설 속 존재들이 구전되고 각색되는 과정에서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 고구려의 비어: 고구려 고분 벽화에 나타나는 비어는 일반적으로 완전한 물고기의 형태에 날개만 추가된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몸통, 지느러미 등은 물고기의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등에 새와 같은 날개가 달려 하늘을 나는 형상입니다. 이는 물고기라는 본질적인 속성을 유지하면서 비행 능력을 부여한 형태로, 물과 하늘이라는 이질적인 공간을 연결하는 신비로운 존재임을 시각적으로 강조합니다. 또한, 고구려의 비어는 주로 하늘에서 사는 존재로 인식되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 중국의 비어 (『산해경』 기록 중심): 중국의 『산해경』에 기록된 비어는 고구려의 비어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 「중산경」에서는 우수산(牛首山)에 사는 비어가 붕어( crucian carp)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비교적 물고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 반면, 「중차삼경」에서는 괴산(騩山) 근처 정회수(正回水)에 사는 비어가 돼지와 같은 얼굴(혹은 몸통)에 붉은 무늬를 가졌다고 묘사됩니다. 이는 물고기와는 상당히 다른, 복합적인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또한, 『산해경』의 비어는 주로 강이나 바다 등 물 속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하늘에서 산다고 여겨진 고구려의 비어와는 서식 환경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이처럼 비어는 한국과 중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상상의 동물이지만, 그 구체적인 모습과 생태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다양한 상상력이 더해져 각기 다른 형태로 전승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5. 상징적 의미와 효능: 길상과 치유의 상징

비어는 고대 사회에서 매우 길(吉)한, 즉 좋은 징조를 가져다주는 상서로운 동물(길상수, 吉祥獸)로 여겨졌습니다. 고분 벽화나 귀한 공예품에 비어를 새겨 넣은 것 자체가 무덤 주인이나 사용자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행위였습니다. 이러한 길상적인 의미 외에도, 비어는 특별한 효능을 지닌 존재로 믿어졌습니다.

  • 상서로운 의미: 비어의 비행 능력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힘을 상징하며, 이는 곧 신선 세계나 천상계와 같은 이상적인 공간과의 연결을 의미했습니다. 따라서 비어는 장수, 불멸, 풍요, 그리고 사후 세계에서의 평안함 등을 기원하는 상징물로 활용되었습니다. 특히 무덤 벽화에 그려진 비어는 죽은 이의 영혼을 안전하게 천상으로 인도하거나 악귀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 섭취 시 효능 (전승): 고대 기록, 특히 『산해경』에는 비어를 먹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효능들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 상처 보호: 창이나 칼과 같은 무기에 찔리거나 베여도 상처를 입지 않게 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외적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자 하는 고대인들의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중차삼경」 기록)
    • 두려움 제거: 비어를 먹으면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믿어졌습니다. 특히 「중차삼경」에서는 천둥(번개)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합니다. 이는 미지의 자연 현상이나 전쟁 등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나타냅니다.
    • 치질 치료: 비어를 먹으면 치질을 낫게 할 수 있다는 효능도 전해집니다. (한국 전승 및 중국 「중산경」 기록) 이는 질병으로부터 벗어나 건강을 유지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효능들은 비어가 단순한 상상의 동물을 넘어, 고대인들에게 실질적인 보호와 치유의 힘을 제공하는 신비로운 존재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러한 효능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믿음과 염원이 투영된 신화적 서사라고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6. 『산해경』 속 비어 이야기 상세

중국의 고대 지리서이자 신화집인 『산해경』에는 비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두 차례 등장하며,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진 비어를 소개합니다.

  • 「중산경(中山經)」의 기록: "북쪽으로 30리를 가면 우수산(牛首山)이라는 곳이 있다. (중략) 이곳에는 비어가 많은데 생김새가 붕어 같다. 이것을 먹으면 치질을 낫게 할 수 있다."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기록 속 비어는 비교적 평범한 물고기인 붕어와 유사한 외형을 가졌으며, 주요 효능은 치질 치료로 언급됩니다. 서식지는 우수산이라는 특정 지역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 「중차삼경(中次三經)」의 기록: "다시 동쪽으로 10리를 가면 괴산(騩山)이라는 곳이 있다. (중략) 정회수(正回水)가 여기에서 나와 북쪽으로 황하에 흘러든다. 그 속에는 비어가 많은데 생김새는 돼지 같으나 붉은 무늬가 있다. 이것을 먹으면 천둥을 무서워하지 않고 무기를 막을 수 있다."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묘사되는 비어는 앞선 기록과 달리 돼지와 같은 독특한 외형에 붉은 무늬를 가졌으며, 물(정회수) 속에 서식합니다. 효능 또한 치질 치료가 아닌, 천둥에 대한 두려움 제거 및 무기로부터의 보호 능력으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처럼 『산해경』 내에서도 비어는 통일된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외형과 효능을 가진 별개의 존재처럼 묘사되기도 합니다. 이는 『산해경』 자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지역의 신화와 전승을 집대성한 책이기 때문일 수 있으며, '비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형태의 날개 달린 상상의 수중 생물 이야기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7. 문화적 의의: 동아시아 상상력의 교류

비어는 고구려, 백제, 그리고 고대 중국의 유물과 기록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공유되었던 중요한 상징 중 하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지역별로 그 모습과 이야기에 차이는 있지만, '하늘을 나는 물고기'라는 기본적인 콘셉트와 길상적인 의미는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고대 동아시아 사회가 활발한 문화 교류를 통해 신화적 상상력과 세계관을 공유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어는 고대인들이 자연을 관찰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창조해낸 매력적인 신화적 존재이며, 그들의 예술, 종교, 그리고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던 믿음의 일부였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비어는 단순한 옛날이야기 속 상상의 동물이 아니라, 고대 동아시아인들의 풍부한 정신세계와 문화적 교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다가옵니다.

8. 결론: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 존재

결론적으로 비어(飛魚)는 고대 한국과 중국의 기록 및 유물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입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는 하늘을 나는 물고기의 모습으로, 백제 금동대향로에서는 신선 세계의 일원으로, 그리고 중국 『산해경』에서는 다양한 모습과 효능을 지닌 신비로운 생명체로 묘사되었습니다. 비어는 단순한 환상의 산물이 아니라, 길상(吉祥)을 상징하고 나아가 상처 보호, 두려움 제거, 질병 치료와 같은 구체적인 효능을 지닌 존재로 믿어졌습니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그 모습과 이야기는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현실의 경계를 넘어 하늘과 물을 자유롭게 오가는 비어의 이미지는 고대 동아시아인들의 풍부한 상상력, 내세에 대한 염원, 그리고 문화적 교류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어는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고대의 신비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문화적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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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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